
생물학은 무엇보다 고양이가 포식자로서 진화해왔음을 밝혔지만 그것이다는 아니다. 고양이 역시 사회적 동물이다. 현재 고양이를 향해 쏟아지는 다양한 관심은 고양이에게 우호적인 것도 있고 비우호적인 것도 있다. 그런데 고양이의 경우에는 소수의 혈통 있는 고양이를 제외하면 거의 품종개량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전문 사육사들이 고양이의 복지를 위해 노력한다면 개에게 나타났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 우리는 이런 고양이 교배가 진정으로 고양이 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지를 검토해봐야 한다. 중성화 수술을 피할 수 있는 녀석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가장 많고 사냥에도 능숙한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고양이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고양이가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텃세가 매우 심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무시한 채 새 친구나 이웃과 잘 지내라고 강요하고 있다. 대부분의 동물은 오랜 세월 인간에 의해 엄격하게 품종개량되면서 가축화되었지만 고양이의 가축화는 소수의 혈통 있는 고양이를 제외하면 모두 자연선택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런 자연선택적 진화 과정을 통해 사냥 충동도 없고 개만큼 사회성 있는 고양이가 그것도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간 내에 생겨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고양이의 미래를 위해 녀석들의 유전적 특징을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고양이의 삶도 개선할 수 있다. 고양이는 많은 점에서 21세기에 이상적인 반려동물이지만 과연 22세기에도 그럴 수 있을까. 우선은 무엇보다 고양이 주인과 일반 대중 모두가 고양이가 어디서 왔고 왜 그와 같이 행동하는지를 보다 잘 이해해야 한다. 이삼십 년 전까지만 해도 고양이는 인간의 여러 요구에 보조를 맞출 수 있었지만 사냥하지 말라는 집에서 나와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말라는 오늘날 인간의 요구는 버거워서 실로 고군분투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고양이도 최근 몇 년간 갑자기 늘어난 인간의 요구에는 적절히 대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늘날의 고양이는 야생에서 생활하던 녀석들의 조상과 달리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고 있다. 개들은 끊임없는 품종개량을 통해 여러 부작용을 나타냈다. 크고 돌출되도록 개량된 시추의 눈은 귀엽고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감염에 취약하여 시추는 다른 품종에 비해 안구 질환으로 자주 고통을 겪는다. 고양이는 야생 곡물을 수확하고 저장하던 시절부터 기계화된 기업식 농업이 이루어지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농업 발전 수준에 딱 맞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진화해왔다. 우리가 뜻하지 않게 부과한 다음 두 가지 역할을 녀석들 스스로가 받아들이면서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사람들은 쥐만 잡아먹고 곡식이나 작물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고양이가 얼마나 유익한 존재인지를 깨닫고 때때로 남아도는 우유나 동물 내장 등을 주면서 녀석들을 곁에 머물게 했을 것이다. 오늘날의 고양이는 많은 압박과 부담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꼬리를 흔들어대거나 깡충깡충 뛰면서 우리를 반기는 모습은 녀석들의 기분이 좋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배가 고파서 먹이를 요구할 때를 제외하면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겉으로 드러내는 법이 거의 없다. 고양이는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기 전에는 자기 문제를 알리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이에게도 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고양이 본성에 대한 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많은 반려고양이가 스스로 누려야 하는 행복에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다. 고양이는 도시 같은 좁은 지역에서 다른 고양이들과 서로 부대끼며 살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수백 년 전부터 고양이가 토착 야생동물과 함께 살아온 영국이나 미국 같은 곳에서도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고양이 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후 새 주인을 찾지 못한 반려고양이는 쓰레기더미를 뒤지기 시작할 것이고 녀석의 후손은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수많은 길고양이와 구별이 어려워질 것이다. 심지어 고양이를 캥거루나 코알라 같은 멸종 위기의 유대류 새끼를 사냥하는 냉혹한 살인마로 부르는 호주에서도 가정의 5분의 1이 고양이를 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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