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생쥐는 자연적으로 포식자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음이 틀림없다. 특히 이 야행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야생고양이는 어둑어둑해지면 활동적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생쥐를 사냥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나투프인이 의도적으로 고양이를 길들였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고양이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 거주지 환경에 더욱 잘 적응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오늘날의 반려고양이와 같아진 것은 아니었다. 위엄이 넘치는 사자부터 조그마한 검은발살쾡이에 이르기까지 고양잇과에 속하는 동물 모두의 조상은 수델루루스다. 또 다른 수델루루스들은 동쪽으로 이동해 베링육교를 건너 북아메리카에 도착한 후 보브캣, 링크스, 퓨마로 진화했다. 수델루루스 중에서 사자, 호랑이, 재규어, 표범 같은 대형 고양잇과 동물의 조상이 된 개체들은 800만 년 전 오늘날의 분포지인 유럽과 북아메리카로 퍼져 나갔고 그중 북아메리카에 있던 것들이 그 200만 년 후에 아시아로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보통 설치류를 잡아먹고 살았는데 덩치가 매우 커서 생쥐를 사냥하기 위해 곡식 창고에 접근할 때마다 사람들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 녀석들과 같은 시기에 살았던 모래고양이는 커다란 귀를 가진 야행성동물로 예리한 청각을 이용해 주로 밤중에 사냥을 했다. 하지만 뜨거운 모래로부터 발을 보호하기 위해 발바닥이 두꺼운 털로 덮여 있는 원래 사막에 살았던 모래고양이는 일반적으로 숲 지역에 건설되었던 나투프인 마을의 곡식 창고 근처에는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곳에서 고고학자들은 5000년 된 진흙 벽돌을 발견했는데 그 위에 고양잇과 동물 발자국과 개 발자국이 겹쳐서 찍혀 있었다. 오늘날 이 녀석들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인더스 강 유역 동쪽에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 이르는 지역에 살고 있다. 다른 지역에도 곡식 창고에서 창궐하는 쥐를 잡아먹기 위해 야생에서 나와 인간 거주지로 들어온 고양잇과 동물들이 있었다. 마눌들고양이는 고양잇과 동물 중에서 털이 가장 텁수룩하고 길어서 귀를 거의 가릴 정도다. 다양한 고양잇과 동물 중에 오직 한 종류만 성공적으로 가축화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가령 페르시아고양이의 솜털로 뒤덮인 폭신폭신한 발은 표면적으로 모래고양이의 발과 비슷하고 녀석의 훌륭한 털은 마눌들고양이 털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현재 야생고양이는 녀석들이 처음으로 진화한 지역으로 추정되는 서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중앙아시아 전역에서 발견되는데, 늑대와 같은 다른 포식 동물처럼 인간의 박해를 피해 인간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활한다. 게다가 총기류가 발명되자 많은 지역의 야생고양이가 멸종되었다. 야생고양이는 이제 유럽숲고양이, 인도사막고양이, 남아프리카야생고양이, 리비아고양이 이렇게 네 가지 아종 또는 혈통으로 분류된다. 고양이 속에 포함되는 정글고양이, 마눌들고양이, 모래고양이 등 다른 종과의 잡종이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에 중국산고양이는 살쾡이 속과 같은 다른 무리에서 유래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야생고양이는 사는 지역에 따라 사람에게 길들여질 수 있는 정도가 다른데, 다루기 쉽고 고분고분한 녀석들에게는 먹이를 주고, 그런 유전적 토대는 모든 종류의 야생고양이에게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네 종류의 야생고양이는 길드는 정도가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 녀석들을 길들이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은 실패만 맛보았다. 그 녀석도 처음부터 다루기가 너무 어려워서 결국 사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저 사람이 싫었을 뿐이다. 스코틀랜드 태생 야생고양이에 대한 피트의 경험은 야생고양이를 키운 사람들의 전형적인 경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도사막고양이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지만 녀석들 역시 길들이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펀자드 지방에 있는 하라파에서는 중간 크기에 다리가 길고 술 모양의 독특한 귀를 가진 카라칼과 정글살쾡이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고기잡이고양이가 진흙 벽돌에 남긴 발자국도 발견되었다. 후에 과학자들은 샴고양이나 그와 관련된 어떤 품종에서도 인도사막고양이의 유전적 특성을 찾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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